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정신장애나 고통의 심리적인 문제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임상심리전문가. 그중에서도 암 환자들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국립암센터 임상심리전문가 유은승 동문(심리학과 96)을 만났다.
글_학생홍보팀 학생기자 주희진(법학과 17)
동문님 안녕하세요. 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유은승입니다.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임상심리전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3년의 수련을 거쳐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박사 과정을 밟는 중 국립암센터의 임상심리전문가로 채용되어 햇수로 11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임상심리전문가라는 꿈을 갖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도와준다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 제 꿈도 점점 구체화되었고, 몸이 아픈 사람이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러던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우연히 미국에 사는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치료나 심리상담을 하는 직업이 의사뿐 아니라 심리학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미국에서는 심리학자가 심리치료도 하고 약물 처방을 하기도 한다는 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계기로 심리학과로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이과적인 성향만큼 문과적인 성향도 강했던 것도 방향 전환에 한몫을 했던 것 같고요. 그 이후로는 심리학과 지망을 목표로 했고, 그렇게 대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일찍부터 심리치료자로서의 열망을 갖고 있었던 거지요.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업무와 역할은 무엇인가요?
현재 국립암센터에서는 임상, 연구, 자문, 교육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와 심리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암 환자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검증하는 등 암 환자의 정신적 문제와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가금연지원 사업에서 금연을 위한 심리치료를 개발하는 연구 사업에도 참여하여 진행하였고요. 또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들을 지도 감독하는 슈퍼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고, 의료인,즉 의사, 간호사, 기타 직역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연구에 심리학적인 자문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한 요건과 자질이 궁금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인데요.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회에서 요구하는 일련의 수련 과정과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대학원에서 임상심리 전공하고 병원에서 최소 2년의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마친 후에 시험을 통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요건은 그러하고요.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이나 임상적인 기술들도 중요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믿음, 직업에 대한 사명감, 나와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도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문님은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진로를 상당히 일찍부터 정하였기 때문에 대학생활의 많은 부분이 관련 있는 활동을 했었어요. 1학년 때부터 청소년 쉼터, 대학 병원 등 심리상담을 하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고요. 당시 서울 수도권 대학의 심리학과 연합동아리가 있었는데, 동아리에서 스터디랑 자원봉사도 제가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었죠.
일을 하면서 어떤 순간에 보람을 느끼셨나요?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하시니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는데요. 무엇보다 보람 있는 것은 저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고요. 다른 한 가지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제가 모 대학에 특강을 간 적이 있는데요. 특강 후 한 학생이 강단으로 나오더니 몇 년 전에 자신의 엄마가 제게 심리치료를 받았었다며, 당시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네가 이런 공부를 하는 거냐’며 잘 해보라고 격려를 하셔서 뿌듯했고, 어머니가 치료를 받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참 보람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참 많은데,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2015년 담뱃값이 오르면서 정부가 흡연자의 금연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금연캠프 모형 개발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저와 연구진들이 함께 금연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당시에 개발된 프로그램이 현재 전국의 국가 금연지원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어요.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실제 전국에서 시행되면서 흡연자의 금연을 돕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만약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 있어서 이왕이면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더 좋겠지요. 또, 대학생활 동안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 일의 실제 모습이 어떠한지를 여러 루트로 경험해보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줄여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장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서 20년 뒤에 내가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 좋을지를 생각한 후, 큰 그림 안에 세부적인 로드맵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