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환자의 마음까지 그려내다
강원도 영월에는 어딘가 특별한 약국이 있다. 식물로 가득 찬 실내부터 그림을 그리는 약사까지.
웹툰을 그리며 환자들과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영월 '약사세요 약국'의 약사, 정초롱 동문을 만나보았다.
글_학생홍보팀 학생기자단 홍유미(국어국문학전공 21), 윤새봄(국어국문학전공 22)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강원도 영월에서 4년 좀 넘게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이면서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연재하는 정초롱입니다. 우리 대학에는 편입을 통해 입학한 약학과 11학번 졸업생입니다. 영월 지역에 약국을 개국하게 된 계기는 제 고향이기도 하고, 그걸 떠나서도 도시 약국에서 월급제 약사로 일해보니 약의 가격이나 전반적인 것이 너무 비싸다고 느껴져 저만의 스타일로 약국을 운영하고 싶어 이곳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약국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웹툰 소재가 있나요?
일단, 손님들의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학생 때는 공부만 하니까 전반적인 약국 일을 몰랐는데, 이론적인 공부를 하다가 현장에 투입이 되니 약사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밴드 고르는 법 등을 알려주지 않아요. 약 성분에 대해서는 배워도 손님들께 이를 골라드리는 법은 배우지 않았는데, 현장에 가니 정말 많은 질문이 들어와서 어떤 분께 어떤 제품을 골라드려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까지 약사가 하는구나를 알았고 이를 웹툰 소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약사 가운도 소재가 됩니다. 예컨대 가운 종류가 여성용 디자인도 있고, 짧고 길거나 색깔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약사에게는 가운이 작업복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약사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가운과 같은 외적인 요소까지 많은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Q. 약국 운영 스토리를 웹툰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매회 웹툰을 만들 때마다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글로 쓴다면 그냥 쭉 쓰면 되는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몇 장 안 되는 글에 다 함축해야 하는 그 과정이 어렵습니다. 내용을 생략하기도 애매한데, 함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래서 그걸 계속 떠올리면서 ‘어떻게 하면 더 짧은 문장에 원하는 의미를 담아내지’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긴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는 아주 많은데, 그걸 간단히 줄이는 과정이 어려워요.
Q. 약국 운영 스토리를 표현할 매체로 웹툰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카메라로 제 모습을 찍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요(웃음). 제가 외주 촬영 때 유튜브 촬영을 해본 적이 있는데,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몇 배를 끌어올려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웹툰이라는 매체는 손님이나 내용을 자유롭게 각색할 수도 있고, 저만의 가상현실을 마음껏 그려낼 수 있으니 오히려 좀 더 저의 상상력을 표현하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Q. 주기적으로 웹툰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실 텐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또,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업로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약국에서 환자분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야 5분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환자가 밀리다 보면, 한 분한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어서 정말 짧을 때는 30초, 1분 정도 환자분을 대면하고 보내는데, 이렇게 약국에서 다 하지 못한 소통에 대한 갈증이 컸던 점이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갈증을 풀어야 하는데, 해소할 곳이 필요했던 것이 원동력이에요.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정말 큽니다. 꾸준히 올려야 된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는데, 약국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까 약사 일 말고도 경영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더라고요. 재고 관리나, 직원 관리, 세금까지 다양한 일을 하려면 환자와의 소통 이외에도 담당할 것에 대한 노력이 많이 필요해서 두 가지를 다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SNS나 웹툰 이외에도 고객분들과 친근 하게 소통하기 위한 동문님만의 전략이 있나 요? 웹툰을 쉽게 접하기 힘든 시니어분들과 소통하는 법도 궁금합니다.
저만의 방법일 수도 있겠는데, 저희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약국에 크게 하나있어요. 그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정해놓은 것도 있고, 또 영월에 주기적으로 발행되는 잡지가 있는데 그곳에 한 달에 한 번씩 제 웹툰을 기고 중입니다. 아무래도 지역사회 신문이다 보니, 생각보다 어르신들도 많이 보시더라고요. 제가 웹툰을 그리는지 몰랐던 어르신들도, 그 웹툰의 약사냐고 하시면서 이런 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블로그도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려면 별도의 앱이 필요하죠. 접근성 면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네이버가 더 매력 있어요. 그래서 웹툰에는 가벼운 이야기 위주로, 블로그에는 더욱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약사가 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학교의 활동이나 수업이 있으신가요? 동문님의 재학 시절이 궁금합니다.
재학 시절 외부 약대 약사님들이 오셔서 강의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로컬 약국이 아닌 공기업에서 근무하시는 분, 정책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 화장품 회사 지사장님 등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한 분야에 국한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일반적인 약사가 아닌 특별한 사람, 희소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수업이 제 인생 그리고 학교생활에 있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수업이었습니다.
Q. 약국에서 거의 하루를 보낸다고 하셨는데,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요?
제일 힘든 것은 항상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자리를 몇 시간씩 지키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그러나 이건 모든 직장인이 힘든 점 일 테지요. 제가 약국에서 유독 힘든 점은 지역 특성상 어르신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노쇠하신 모습을 바라볼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매년 나이 들어가는 속도와 어르신들이 매년 나이 들어가는 속도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각종 암 말기 환자분들도 계시고 완치돼서 괜찮아지신 분들도 계십니다. 아무래도 병원보다는 약국이 더 가볍게 올 수 있다 보니, 자주 보고 정들었던 손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Q. 주로 어떤 하루를 보내시나요? 약사로서의 업무 루틴, 그리고 웹툰을 기획하고 업로드하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의 하루는 단조롭습니다. 출근해서 처방 온 것들을 조제하고 복약지도하고 중간 중간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상담 진행도 하고, 약국 정리 정돈을 신경 쓰는 편이어서 항상 정리 정돈을 하곤 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약국 경영 관련해서 세금이나 월급 등 결재 서류 정리를 합니다. 웹툰 관련해서는 매일 같은 일과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재미있는 일이 갑자기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공적 마스크 제도가 폐지되었는데 마스크를 구매하면서 신분증을 보여주시는 할아버지들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들이 있으면 바로바로 메모를 무조건 해 놓습니다. 웹툰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메모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사라져 버리죠. 그래서 저는 간단하게라도 적어놓고 퇴근하고 귀가 후 메모를 보며 스토리를 짜고 편집해 완성 후 업로드하는 편입니다.
Q. ‘약국’이라는 소재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웹툰을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재치와 센스도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한 영감은 어디서 떠올리시나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구성원들끼리도 좋지 않고, 결국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웬만한 일은 전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극성 맞은 분들이 오셔도 긍정적으로 모든 일상을 바라보면 그 진상도 너무 재미있는 소재가 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있으면 센스나 소재를 좀 더 잘 잡아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유행어나 신조어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20대 초중 반인 우리 약국 선생님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인생 목표가 궁금합니다.
조금 더 체계가 있고 큰 규모의 트렌디한 약국을 운영하고싶습니다. 지금 약국에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나, 서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늘 아쉽습니다. 그나마 다른 약국보다 상담을 더 많이 할 수 있기는 하나, 데이터화를 할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환자분들과 앉아서 그분들의 약력과 건강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건강에 대해 상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약국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 동문님과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 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약국이 조제만으로 살아남는 시대는 끝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제는 단순한 업무이기에, 기계가 대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환자분들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이 되어 옛날보다 훨씬 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계시지만, 우리는 무분별한 정보 지식을 걸러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니까요. 정확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역량, 그래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소통인데, 소통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본인만의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시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Q. 웹툰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께도 한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업로드 주기가 늦어 죄송하고,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챙겨 봐주 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