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덕성_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직 공무원 최종합격 최슬기 동문
  • 작성자 : 홍보전략실
자신의 관점을 탐색하고, 어려움의 벽을 뛰어넘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우리 역사에 관한 사료들을 수집하고 가공 및 번역하며 이를 편찬함과 동시에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기관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높은 경쟁률의 편사연구사 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최슬기 동문(사학과 05)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_학생홍보팀 학생기자 곽효원
 
사학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학과 05학번 최슬기입니다. 저는 2009년도 2월에 졸업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덕성여대 교양학부에서 조교로 일했습니다. 그 뒤에 대학원에 입학해서 석·박사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박사수료 상태입니다. 현재는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최근에 좋은 기회로 모교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담당 과목은 한국 고대사와 한국 중세사입니다.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행복하게 강의하고 있습니다.


Q.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편사연구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46년 창립이래 1955년 조선왕조실록의 간행을 시작으로 국·내외 한국사 관련 사료를 수집·관리하여 집성하고 편찬·보급을 주관해온 국내 유일의 국립 사료 편찬기관이자 한국사 연구기관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편사연구사는 앞에 열거한 사료 수집, 관리, 편찬, 보급을 담당하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업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사 연구지원’ 사업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하다기 보다 조금은 부끄러운데요,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 <환단고기>와 같은 위서(僞書, 거짓 역사서)를 접했고, 웅대한 한민족의 고대사를 대학가서 꼭 복원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입학 한 뒤, 사학과 1학년 첫 시간인 ‘한국사 입문’ 수업에서   기존에 알던 사실들이 대단히 단편적이었고 심지어 오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발은 거기서 부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많아서 역사뿐 아니라 철학, 경영,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생각해보니 이것들이 모두 역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사가 종합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사학과로 전공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현상을 분석하여 원인을 찾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선망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학과와 역사학과 사이에 고민이 있었는데요, 결국 종합학문으로서의 역사학에 매력을 느껴 사학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역사학 전반을 다루는 ‘사학과’라는 전공학과가 있습니다. 덕분에 학부시절에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 등 넓은 영역을 두루 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사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은 한국사를 선택해서 진학했습니다. 세부 전공으로는 고대사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이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모든 것의 기원과 시작지점,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인 제도 및 법률의 본래 의미와 출발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이 과정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사료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처음’이라는 지점이 바로 ‘고대사’였습니다.
한편 석·박사 과정 중에 보고 듣고 경험한 현실속에는 여성연구자의 자리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목표를 놓지 않고 꾸준히 준비했고, 우연히 공고가 나서 지원했습니다.


Q. 편사연구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무엇인가요?

 편사연구사 자격요건으로 ‘석사학위’가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력’ 분과로도 지원할 수 있는데요 역사학 관련 기관에서의 장기적인 경력이 필요합니다. 학위과정이 자격요건인 이유는 한국사와 관련된 사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사료 비판, 수집, 분석하는 훈련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편사연구사는 정부역사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채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경쟁력이 상당했을 것 같아요. 합격 노하우와, 과정 중에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꾸준히 본인의 길을 걸어오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역사학은 응용학문이 아니라 순수학문입니다. 이 순수학문을 선택한다는 것부터가 “돈버는 일”과는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러한 순수학문으로 ‘박사과정’에 발을 들이는 순간 경제적 어려움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요. 박사과정부터는 공부 및 연구가 직업이 되는 것이에요. 이 과정을 감당하면서 프리랜서 활동, 사료 분석 아르바이트, 연구 발표회 등을 병행했으며, 대학교 졸업 후에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 강사 등을 통해 경제적 조건을 해결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만 여전히 전공과 직업을 직결시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석·박사과정을 거치고 준비하면서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시험 과목은 홈페이지의 공지 글을 통해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당장 준비하지는 못했어요.  생업과 공부를 병행했어야 했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또 무척 오랜만에 고대사 분과 연구사를 채용하는 기회였던 터라 경쟁률도 상당히 높았는데요, 보통의 경우라면  5:1 혹은 6:1대 정도였겠으나, 제가 치른 시험의 경우에는 경쟁률이 19:1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쟁률이 아무리 높아도, 자신이 시험만 잘 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률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어려워 하는 것 보다는,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시험 공부에 힘을 쏟았습니다. 한편으로 국편에 근무하고 있는 학교 선배가 있다면, 공부 방법이나 내용, 교재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도움을 얻어서 공부했습니다.


Q. 편사연구사 채용시험이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역사 관련 시험들 중 높은 난이도라고 알고 있는데요, 준비 방법과 학업에 대한 어려움 극복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시험을 보는 시간이 긴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 지점이에요. 오전 9시경부터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까지 시험을 보는데, 중간에 점심 먹을 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식거리를 챙겨가야해요.
시험 내용은 객관식이 아니라 서술형입니다. 과목은 사학개론, 한국사, 영어, 한문 4과목을 전부 서술형으로 봅니다. 해당 내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라서 정확히 알지 않으면 답안을 작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면접까지 가기 전에 필기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편 덕성여대 사학과는 한국사만 4년을 배우는게 아니라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를 두루 학습합니다. 이번 시험문제에서도, 학부 3학년 때 서양 근대사 시간에 들었던 내용이 출제돼서 운좋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어요. 그게 기억이 난 것도 신기합니다. 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중에 한국사로 과외나 학원 강의를 했던 것들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할때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사 전반을 다루어야 하며 사학사 전체를 다루어야 했기 때문에 시험 범위가 매우 넓고 공부해야 하는 양이 대단히 많았던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얼마나 써야 합격선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잘 안오는데, 다루어야 할 내용들이 많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시 공부하는 분들이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사학사와 한국사 이외에 외국어 능력 평가로 영어와 한문시험을 치릅니다. 영어와 한문은 짧은 기간 동안 공부한다고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어와 한문은 거의 평소실력대로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대사 전공이라서, 한문 자료에 익숙했지만 영어시험이 다소 어려웠습니다. 한문 영어 모두 외국어로 된 지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형식의 시험입니다. 영어의 경우 많이 어려웠는데, 그래도 백지로 내면 안된다는 생각에 해석이 되는데 까지 안간힘을 써서 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제가 이것들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사 공부를 좋아한다는 것과 그것을 공부하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공부해서 시험 치는 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는데, 다행히 시험공부 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된 지점들도 있습니다. 이 기회로 논문 주제를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버틸 수 없는 것 같아요.

 
Q. 덕성에서 보낸 동문님의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거나 추천해 주실 만한 교내, 대외 활동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동아리 생활과 학과 생활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중앙 풍물패 동아리 ‘한대노리’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동아리 생활을 했습니다. 동아리 생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인데다가 거기에 더하여 악기까지 다루는 것인데요, 한대노리의 경우, 여름과 겨울에 전라도 임실 전수관에 가서 사부님들께 농악 전수를 받는 과정이 동아리 활동에 포함되어있습니다. 동아리 생활을 하다보면 매우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선후배 및 동기간의 관계와 관련한 전반적인 공동체 생활을 많이 익혔습니다.

또한 악기를 다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몸을 쓰는 활동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지치는 상황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의 한계역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요, 2,3년 정도 훈련을 하고 나면 어떻게 치는 것이 잘 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알게 됩니다. 귀로 듣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는데, 한편 정작 연주를 하는 나의 손은 뜻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단계가 옵니다. 그때가 정말 괴로웠습니다. 당장 공연은 치러야 하는데 내 연주는 엉망이었고, 공연 일정에 맞추어서 바쁘게 타법을 완성해야 했기에 정공법이 아닌, 편법을 사용해서 비슷한 소리를 내도록 연습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편법으로 연습한 것은 오래가지 않았고 맞지도 않았기 때문에 버릇을 고쳤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 광목천으로 손목을 묶어가면서까지 고치는 연습을 했어요. 한번 잘못 든 버릇은 고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저는 ‘쉬운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 꽹과리 치던 경험을 통해서 ‘피하면 되돌아온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 뒤로는 피하지 않고 어려움을 마주하면 직면해서 해결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학과 생활에 관해서는 처음 대학에 왔을 때, 역사학이라는 학문의 방대함에 압도감을 느꼈습니다. 열심히 따라가던 중 3학년 때 복수전공 수업으로 철학과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것이 제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시간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길고 긴 역사의 시간 속에서 내가 위치한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상대화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이라는 학문은 비유하자면 건축물의 조감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모든 방식’에 대해 다루는 것, 그 설계도에 대한 학습이 철학과에서 훈련하는 내용인데, 철학과 수업을 통해 인간 사고의 다양한 방향과 관점에 대해 시야를 틔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사학과 수업에서도 사상사 수업을 들으며 각각의 시대를 주도했던 가치관들에 대해 하나씩 학습하면서 스스로의 정신적 키가 훌쩍 성장했다고 느끼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동아리 생활과 학과생활, 이 두 가지가 학부생 시절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직종의 특성상 깊게 연구하고 탐구하는 일이 많으실 것 같아요. 같은 진로를 준비하는 덕성여대 후배들이 갖췄으면 하는 경쟁력이 있다며 무엇인가요?

역사 공부의 즐거움은 역사적인 사건 하나하나를 알아간다는 기쁨으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하다보면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하나씩 엮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재미를 느끼게 될겁니다. 그렇게 사실에 대한 지식이 쌓이게 되면 그것을 아우르는 패턴을 알아차리게 되고 통찰력이 생기게 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되면 남들과 같은 것을 보더라도 나에게는 역사적 관점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역사적 관점이라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눈치 챌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고민해 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게 되면 희대의 영웅이 되거나 악마가 된다고 생각해요. 역사는 정통성과 정당성을 마련하는 근거가 되는 학문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런 강력한 무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휘두를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학습을 통해 갖게 된 지식으로 어떤 가치관을 만들고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배워서 남주고 다같이 잘살자’ 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을 짓밟고 억압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완성도 있지만, 결국 다 같이 똑똑해지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역사라는 학문은 빠른 효용성을 가진 학문입니다. 지나간 시기에 대한 분석을 끝냈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 똑같지는 않더라도 대체로 앞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은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세상을 통찰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연구사가 되고 싶으신지 혹은,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인생에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일어났을 때,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통해 역사 콘텐츠를 만들어 만인에게 방송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전면 폐기된 이후에는 역사 대중화를 기치로 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에듀테이너라는 말도  흔해졌듯이, 유명 역사 강사들이 한국사 강좌 대중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 유형을 ‘역사 유통자’라고 한다면요, 이분들이 종종 오류를 사실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대중들에게 잘못 전달된 내용은 교정의 기회가 매우 적습니다. 또한 인기를 좇다보니 대중성이나 ‘팔리는 역사학’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들이 대부분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점이 다소 위험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유사역사학’의 내용들은 쇼비니즘, 팽창주의에 대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점들에 대해 꾸준히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오류 없는 내용을 전달하고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관점들을 바로바로 소개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나은 기반 위에서 시민들의 역사적 고민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면서 방송을 제작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직장 내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식’에 대해서는 ‘생산’과 ‘유통’이라는 두 가지 방식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지식 생산은 말 그대로 역사 지식을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학설을 내고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 기존 논의를 비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한편 유통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산된 역사 지식들을 대중에게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에 능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지식생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지식유통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전문성이 없는 지식 유통이 무슨 소용이며, 유통의 경로가 없는 지식생산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에 까지 고민이 닿았습니다. 결국은 양자가 함께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쉽고 빨리 배우는 성격의 역사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고 있고, 그만큼 그에 맞춘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일컬어 ‘팔리는 역사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지식이든, 그것을 학습하고 익히고 사고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의 절대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것은 어렵게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계들 가운데서도 학계에서 내놓은 최신 연구성과들이나 새로운 논의들을 전공자가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전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조언과 격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만약 일반 취업의 길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원하시는 목표를 잘 설정하고 꾸준히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돈만’ 벌고자 한다면 길은 여러 방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전공과 직업을 일치시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진 분들의 경우, 어려운 것과 힘든 것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피해버리면 그것은 결국 돌아와서 다시 나를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어려움에 대해 회피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깔끔하게 포기하면 되는 것이지만, 정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선택한 욕망에 자신의 전부를 할애하여 끝장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포기와 체념은 다릅니다. 끝까지 해보고 한계를 깨닫는다면, 그자체로도 훌륭한 경험입니다. 기왕이면 해내면 좋겠지만요.

 한편 제가 지나온 시기와 후배님들의 시기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멘토들에게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판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길 권합니다. 정세를 판단하고 흐름을 인지하고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에요. 이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관점을 계속 재검토 해보길 바랍니다.

한편으로 삶의 태도에 있어서, 강자 앞에서의 굴종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보다 약한 존재들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권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습득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예를 들면 전공 지식, 교양 지식, 교우관계, 사제관계 등 기왕이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습득하길 바랍니다. 이러한 것들은 여러분들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줄 것입니다.

 당장 사는 것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담대한 마음을 가지고 큰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할 줄 알아야 그것을 이용하거나 피하거나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덕성여대는 훌륭한 종합대학입니다. 학교 안에서 경험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누려보시길 권합니다. 학점을 잘 주는 수업, 듣기 편한 수업만 쫓을 것이 아니라 나의 정신적 키를 키워줄 수업을 골라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대학 생활 중에서 덕성여대와 협정을 맺은 타학교와 학점 교류도 해보길 추천합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과 어깨 다툼을 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얻은 것들을 용기내서 열심히 써먹고 살 수 있도록 해보세요. 쓸데 없는 경험은 결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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