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덕성_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최시현 동문
  • 작성자 : 대외홍보실
학문적 실천을 통해 국학을 연구하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은 국학 전수에 힘을 쏟으며, 한국학 연구와 동아시아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 기관이다. 국학연구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최시현 동문(문화인류학 99)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_ 학생홍보팀 학생기자 송채은(법학 21)
 
최시현 동문 1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최시현입니다. 현재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함께 여성학, 문화연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사회학 복수전공을 했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 학술연구교수로 연구와 강의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국학연구원이 어떤 곳인지와 학술연구교수의 전반적인 업무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동아시아 지역의 언어, 역사, 철학, 문화 등을 심층 연구하는 동방학연구소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재 다양한 인문학,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한국학을 주제로 학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학 연구 기관입니다. 학술연구교수는 매년 선발 과정을 거쳐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을 말합니다. 저는 [도시주거의 젠더정치학] 연구를 맡아서 주거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학술연구교수의 꿈을 꾸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는 학술연구교수는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 국내 박사 학위 수여자들이 중견 연구자로서 성장해 가는 길목에서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해줍니다. 이를 무척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지원했고 좋은 결과를 거둬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신 데에 대해, 동문님의 전공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저의 학부 시절 전공은 지금 제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학자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학부를 마친 뒤에는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일과 도전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어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기 전에 한 IT기업((주)다우데이타)에서 4년 넘게 일했는데, 전문적인 일을 배우며 성장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보람도 컸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일터에서 겪는 일들을 제가 마치 문화인류학 수업 실습을 하듯이 참여관찰하고 분석하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지금 다시 펼쳐 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썼던 일기들은 참여관찰일지와 흡사하더라고요. 직장에 익숙해질수록 여러 가지 면에서 안정감은 커졌지만, 그런 생활에 안주하기보다는 나를 둘러싼 익숙함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커졌어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지금은 학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시현 동문 02
 

Q. 덕성여대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수업이 있으신가요? 
학생회 활동을 무척 열심히 했어요. 새내기 때부터 학과 학생회, 그리고 총학생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교에서 제가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던 활동이 학생회 활동일 거예요. 그때 시절을 떠올리면 학생회실에서 여러 학내 문제와 사회 현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할 정도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문화인류학전공 이용숙 교수님의 ‘문화와 교육’입니다. 워낙 인상 깊은 수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업을 듣고 제가 문화인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거든요. 그 수업에서 문화연구자인 ‘폴 윌리스’의 『학교와 계급재생산』이라는 책을 읽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양한 인류학과 전공 수업들 덕분에 내 눈앞의 현장이 곧 연구자료가 되는 문화인류학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죠. 

Q. 동문님이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신다면, 가장 하고 싶으신 공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생 시절만큼 호기심을 갖고 여러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겠지만,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교양과목들을 선택해서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것 같아요. 

특히 역사학, 철학, 문학처럼 인문학 수업을 통해서 사유의 폭과 깊이를 키우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사회과학 연구자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거든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천문학, 수학 분야 기초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경험해보는 것도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지금의 연구교수가 되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사회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는 생계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했던 일들도 있고, 돈벌이와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열정 노동처럼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일들도 있었지요. 저의 전공과 연구방법론이 현장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 다양하게 관찰하고, 긴 시간 인터뷰하는 일을 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사회성과 유연성, 개방성이 상당히 필요해요.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그 공간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이 굴러가는 메커니즘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사회생활과 다양한 일을 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그런 감각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경험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이 시간에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에게 때로는 큰 투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원치 않는 경험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뜻밖의 성과가 있기도 하고 긍정적인 것을 기대했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들도 종종 있죠.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과정은 대체로 얻는 바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맘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조율해 나가는 가운데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게 되죠. 현재 사회에서 협업 능력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기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Q. 연구교수를 준비하셨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이 직업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를 극복했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교수로서 특별히 준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학자로서의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보면 이 속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할 수 있으면서도 현장성이 결합된 연구주제와 연구 질문을 찾는 일’을 가장 중요시했던 것 같습니다. 논문을 준비하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때나 생각한 것들이 글로 잘 풀어지지 않을 때 작은 좌절들을 겪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제 연구와 상관없는 다른 글들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단편소설을 읽거나 식물도감을 찾아보는 식으로요. 세상에 수많은 존재가 있고 각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다시 깨닫고 나면 내 문제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 같았어요. 또 하나는 나에게 맞는 루틴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일이 잘되는 시간이 언제고, 어떤 공간에서 집중이 잘 되는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을 알고 적용해보는 것도 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연구하실 때 동문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문화연구자이자 여성학자로서 ‘이론적 연구와 정치적 실천, 그리고 페다고지(교육학)가 서로 깊이 영향을 받는 관계에 있다’라는 점을 늘 생각합니다. ‘여성주의적으로 문화를 분석하는 연구자로서의 일과 이렇게 생산한 새로운 지식을 다음 세대에 교육하는 역할’,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정치적 실천을 하는 것에 일관성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제가 연구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자 직업윤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연구 교수로서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와 힘듦을 느끼는 때가 각각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제 연구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어려울 때는 ‘연구 과정에서 시간 부족이나 아이디어의 고갈상태를 느낄 때’요. 학위논문의 과정을 예로 들자면 학위논문을 쓰는 때는 그 과정을 거치는 누구나 견뎌내야만 하는 고된 시간이고 제게도 마찬가지였어요. 긴 시간 동안 굉장한 인내심이 요구되었지만 그만큼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쾌감도 상당했어요.

그렇게 마친 논문이 운 좋게 단행본으로 출판이 되었고 제 책이 언론이나 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죠. 교육자로서는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제가 애써 전달한 지식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연구 교수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독립적인 연구를 집중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연구교수는 분명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전문연구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개인 연구자들이 큰 규모의 연구비 지원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제약까지 감안하면 저는 분명히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생산하는 일, 그리고 제가 습득한 지식을 교육하는 일을 매우 유기적으로 해내고 싶어요. 특히 지금의 젊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는 고통과 고립감에 매우 공감하는 동시에, 이것이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어요. 때문에,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을 만들어가는 성평등 사회에 이바지하는 실천적인 지식인이 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이 순간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덕성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대면 수업도 오랫동안 어려웠고, 경직된 취업시장 때문에 대학생으로서의 자유를 누리는 일이 사치라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저의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면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이들과 인생을 도모할지, 어떤 일을 하면서 돈벌이와 가치 추구를 함께 해나가야 할지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대학 시절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실패가 필요해요. 안전하고 위험을 최소화한 선택만을 추구해서는 쉽게 얻기 힘든 것들이지요.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는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길 조언하고 싶어요. 물론 두려움과 불안감을 감당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나의 가능성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확고해질 수 있거든요. 나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일을 부지런히 해나가면서 나와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친구, 동료들을 만나는 일을 위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경계를 넓혀가는 우리 후배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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